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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육아휴직에 대한 정보, 생각

10개월의 아빠 육아휴직을 마치고 소회

10개월 전에는 아들이 15개월이었고, 지금은 25개월이다.

10개월 전보다 지금 아들은 자신이 필요한 말은 다 하고, 곧잘 따라하며 학습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사표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10개월 전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 생각된다.

 

내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이제막 돌이 지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도 없는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일이 마음편하지 않아서였다.

보육시설에서 아이를 잘 돌보아 주겠지만, 그 안에서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부모가 알 방법이 없다. 담당 보육교사의 입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할 뿐.

 

아들이 자기 표현이 가능한 두돌부터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감사했다.   

 

10개월 동안의 시간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다. 

복직의 순간이 오지 않을 것 처럼, 순간 순간에는 육아 가사의 어려움으로 힘겨워 했는데 시간은 흘렀나 보다. 

 

월 69만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받으며 가정 경제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나의 마음 만큼은 그 누구보다 편안했고 넉넉했다. 나의 육아휴직 사용을 허락해 주시고 아낌없는 지지 응원 격려를 해 준 일터의 기관장님과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금 시각이 새벽 1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설레인다. 잠이 오지 않는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어서 감사하고,

그 일터가 내가 돌아가서 일하고 싶은 일터라서 너무 감사하다. 

얼른 출근해서 일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육아휴직은 나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감각을 일깨워 주는 시간이었다. 사람, 사진, 요리..

 

맨땅에 헤딩하듯 육아와 가사의 전담자로서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

어려움이 없지 않았고, 나에게도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 돌파구는 바로 사람과 사진이었다.

 

아들이 어린이집을 가기 까지 온전히 육아하는 8개월 동안 아들을 데리고 유쾌한정치연구소 모임, 클랑클랑합창단 등의 모임이 있을때마다 가서 사람들을 만났다. 아들도 나와 함께하는 10개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어린이집도 2주만에 적응해서 낮잠도 자고 오고, 아이돌보미 선생님과도 이틀만에 친해지고 잘 지낸다. 집에서 아들을 온전히 돌보다 보면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큰데, 나 또한 큰 도움이 되었다. 

 

평소에 사진찍기를 즐겨했는데 육아휴직 기간 동안 바라봄사진관 사진교실을 통해 이론과 실제를 다졌고, 사진찍는 사회복지사 사진교실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 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올해 1월부터 웰페어뉴스에 '김재중의 소통한컷'으로 주1회 사진연재를 하고 있다. 

 

또한 동네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들과 부모들을 사귀는데도 사진이 큰 역할을 했다. 놀이터에서 만났을 때 부모의 동의를 구하고 사진을 찍어 휴대전화로 전송해 주며 관계를 시작하였다. 놀이터에서 만난 부모들이 모두 엄마들이었기 때문에, 남자인 내가 그들과 관계를 시작하기 위한 좋은 구실이 사진이었다. 사진이 없었다면 이들과의 관계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관계를 시작한 동네 엄마들 4명, 아이들 4명과 현재 해피몽키즈라는 이름으로 월 1회이상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혼자 하면 쉽지 않은 일이 육아이지만, 함께 하면 그 만큼 어려움은 반감됨을 깨달았다. 더불어 다른 부모들의 양육방법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아이와 하루종일 함께 있으며 요리를 안 할 수가 없았다. 아이의 밥을 차려주어야 하기 때문!

육아휴직 전에는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보며 요리를 시작하였다.

더 나아가서 사람을 좋아하는 내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집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것이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여 소박하지만 내가 요리한 음식을 대접하며 사람들을 만났다. 

 

1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2개월 조기복직을 하기 되었지만  

10개월 동안 아들과 아내를 많이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어서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알아갈 수 있어서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었다.

일터에 내가 비운 시간 동안 나의 빈자리와 일을 채워준 대직자 선생님과 일터 동료들에게 많이 감사하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둘째 아이가 생긴다면 다시 한 번 육아휴직을 사용할 생각이 있나요?

질문한다면 일터의 여건이 된다면 사용해서 아이를 돌보고 싶다고 대답하고 싶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 아이가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보탬이 되는 일이 육아휴직이라면 기꺼이 사용 하고싶다는 말이다.  

 

아이는 하루 하루 성장하는 것이 다르다.

아이가 성장하는 그 순간을 함께 하는 일이 부모로서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제 사회복지사로서 복직을 앞두고 있다.

지금 나의 심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설레임'이다.

2012년 2월 졸업과 동시에 첫 출근을 했던 그 마음이다.

휴직 전에도 자주 소통하며 지내는 동료들이지만, 팀장님과 팀원들이 모두 바뀐 일터! 

'관계'를 중요시 여기며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해 갈 것이다.